공지사항
갤러리
[고운실의 자연치유 식탁 9] 은빛 살에 스민 바다와 추억-갈치
2025-08-07 17:05
작성자 : 관리자
조회 : 5
첨부파일 : 1개



갈치는 치매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유일하게 드시던 생선이다.
올케는 그런 어머니에게 거의 매일 갈치를 구워 가시를 발라내며 어머니 옆을 지켰다.

마치 잊힌 기억 속에서 작은 불씨가 되살아 오기라도 하듯 잊혀지는 어머니 기억의 지우개를 바라보며 먹는 특별한 생선이었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며 갈치어군이 귀해졌다는 요즘, 제주도에 사는 어부 친구는 점점 사라져가는 생선을 걱정하며 오랜만에 오름
오르자고 모인 친구들을 불러 앉혀 한참 웅변을 한다.

"옛날엔 바다에 뜨기만 해도 한 상자였는데 요즘은 그 그림자도 귀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친구의 모습에, 우린 잠시 웃었지만, 이내 숙연해졌다. 
어획량 감소보다 무서운 건, 식탁 위에서 사라지는 바다의 계절감이 아닐까 싶다.


갈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본, 서민의 밥상 위에서 가장 친근한 생선이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길고 매끄러운 몸 때문에 예전에는 ‘칼치’라고도 불렀다.
‘칼’의 옛말 ‘갏’에 접미사 ‘-치’가 붙어 ‘갈치’가 되었다는 언어학적 해석도 있지만, 사실 갈치는 이름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맛’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나 역시 갈치와 얽힌 추억이 많다. 유독 손자손녀를 예뻐하던 우리 할머니는 식탁 위 갈치를 다 발라 먹고 난 뒤, 남은 살점 부스러기를 손끝으로 집어 드셨다. 
그리고는 은빛 비늘이 묻은 손가락을 수건에 슥슥 닦으며 “참 고소하다” 하고 웃곤 하셨다. 아마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지저분한 꼰대의 이야기’라고

웃어넘길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 모습이야말로 60년대의 부엌 풍경, 그 시절의 정(情)이었다.


■ 갈치는 밥상 위에서 ‘바다의 약초’

치유의 관점에서 보면 갈치는 참 이로운 생선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소화에 부담이 없으며, 특히 DHA와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두뇌 발달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줍니다. 
여성들에게는 빈혈 예방에 좋은 철분이 풍부하고, 칼슘과 인도 함유되어 있어 뼈 건강을 지키는 데 유익합니다. 

무엇보다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셀레늄이 많아 항산화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갈치 하면 보통 구이·조림·국 정도만 떠올려 국민 밥도둑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좀 특별한 식탁에 갈치를 활용한 독특한 치유의 식탁을 소개하여 본다. 


①갈치 튀김 

제주의 어촌에서는 ‘갈치튀김’을 어른들의 술안주, 아이들의 간식으로 즐긴다. 입맛까다로운 나도 학교 끝나고 집에오면 부뚜막 위 한쪽에 튀겨둔
갈치 한 토막씩 들고 뛰놀던 기억이 남아있고 지금도 제주의 경조사엔 도톰한 갈치튀김은 거의 상에 오른다.


• 조리법

갈치를 손질해 뼈째 길게 잘라 소금, 후추, 마늘가루로 밑간한다.

얇게 튀김옷(전분과밀가루 혼합)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후, 레몬즙이나 간장소스, ‘간장-고추냉이 소스’와 곁들이면 일본식 안주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뼈까지 바삭해져 캘슘 보충도 되고, ‘치맥’ 대신 ‘치킨 대신 갈치’라는 느낌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어울리는 맛이라 권해본다.